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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찰음식 정재덕 명인 소개글


    정재덕 이사.png
    2008년 겨울, 6성급 호텔의 한식 조리장을 그만두고 사찰 음식을 배우러 절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더러 미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는 호텔이나 한정식집에서 만들어온 화려한 요리에 회의를 느꼈고, 그 빡빡한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보다 근원적인 자연 음식을 편안한 마음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짐을 싸서 대안스님이 계신 절로 들어간 저는 스님들의 일상을 배우고 새벽 예불에도 참석했습니다. 이런 생활이 쌓여가면서 그제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찰 음식은 단지 음식만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처음 접한 ‘발우공양(鉢盂供養)’은 소중한 식사법이었습니다. ‘발우’는 스님들의 밥그릇을 뜻하고, ‘공양’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필요한 것을 올리는 일을 뜻합니다. 불가에서는 ‘밥을 지어 올리거나 먹는 일’도 ‘공양한다’고 표현합니다. 식사 전 스님들은 염송(염불)을 합니다. 이 음식이 있기까지 수고한 모든 이들의 공덕을 헤아리는 것은 물론 나의 덕행을 살펴본 후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는 시간이지요. 평등의 공양, 절약의 공양을 실천하기 위해 음식은 똑같이 나눠 먹고, 조금의 찌꺼기도 남기지 않습니다. 매끼 이어지는 수행을 통해 저는 사찰 음식이 지닌 진정성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찰 음식에는 자연이 들어 있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은 물론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도 담습니다. 사찰 음식을 배우면서 저는 오감을 열고 요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귀로는 음식이 익는 소리, 코로는 향, 눈으로는 빛깔, 입으로는 맛, 손으로는 감촉을 느낄 수 있었지요. 제가 만든 사찰 음식을 먹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는 말을 들을 때면 진심이 통했다는 생각에 참 기뻤습니다.
    2009년에 저는 대안스님과 함께 사찰 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을 서울 인사동에 오픈하면서 사찰 음식을 대중화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에는 뉴욕에서 열린 ‘한국 사찰 음식의 날’ 행사에 사찰 음식 전문가인 스님들을 도와 36가지 음식을 선보였는데, 파란 눈의 미식가들이 ‘원더풀! 어메이징! (Wonderful! Amazing!)’이란 감탄사를 연발하며 찬사를 보내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사찰 음식의 대중화, 세계화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 것이 이때부터였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요리 잡지 <수퍼레시피>에서 사찰 음식 강의를 하게 되었지요. 독자 입장에서 철저하게 레시피를 만들고 독자들과 친밀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수퍼레시피> 팀과 함께 보다 대중적인 사찰 음식을 개발해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제 열정을 높이 평가해주신 덕분에 이 잡지를 펴내는 ㈜레시피팩토리와 1년에 걸쳐 이 책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스님들의 가르침에 충실했는지 스스로에게 많이 물었습니다.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가정식으로 적합한 메뉴를 고르기 위해 노력했고, 사찰에서 많이 쓰지만
    구하기 어려운 재료는 일부 대체했습니다. 음식점에서 대량으로 만들던 것을 가정에서 소량씩 만들도록 <수퍼레시피> 팀과 함께 모든 레시피를 재검증했습니다. 하나씩 따라하다 보면 사찰 음식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비록 저는 스님이 아닌 요리사이지만 사찰 음식을 통해 음식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었고,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음식으로 심신도 건강해졌기 때문에 좀 더 사찰음식이 가정에 몸과 마음의 건강함은 물론 편안함까지 가져다주기를 기원합니다.



    _  사찰음식 연구가 보담 정재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