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전북]
'岩壁枾木' 고종시와의 인연 – 동상면 사람들
우리나라의 감 생산량은 2010년 기준 약 39만톤으로, 2/3이상이 영남지방에서 생산되고 있다.
1만8천톤 정도를 생산하는 전북에서는 그 중 30%를 완주군이 감당하고 있고, 완주군내에서는 서로 이웃한 경천면과 동상면이 완주군 감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출하하고 있다.
특히 동상면의 경우 5백여 농가 가구소득의 80%가 감에서 나온다고 할만큼 감하고는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대아저수지>
호남평야의 젓줄이라고 할 수 있는 만경강은 경천, 대아, 동상 세 개의 큰 저수지 물이 모여 한줄기를 이루는데, 바로 이 대아저수지와 동상저수지를 찾아가다 보면 완주감의 대표적 산지라고 할 수 있는 동상면에 다다르게 된다.
대아저수지 둘레를 돌아 15리 이상 꼬불꼬불 들어가다가 동상저수지로 이어지기 직전 산속 고즈넉한 곳에 영농조합법인 동상면사람들이 자리잡고 있다.
동상면사람들의 주력 품목은 유기농 감식초. 감으로는 전국 처음으로 무농약 품질인증과 유기재배 인증을 받았다. 지난 87년 국내 처음으로 감식초 유통사업을 시작한 것도 바로 동상면사람들이다.
‘암벽시목’(岩壁枾木) - 절벽아래 뜨거운 태양과 모진 비바람을 견디는 감나무라는 의미를 담은 동상면사람들 제품의 브랜드이름부터가 벌써 심상치 않다.
동상면사람들 제품의 원료가 되는 감은 대부분 해발 400미터 정도의 고지대 산속에서 나는 것들이다.
이 지역 감나무들이 이렇듯 산속 깊은 곳에서 많이 자라게 된 배경은 오래 전 할아버지 대에서부터 산속 고욤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여 키우게 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뒤로 보이는 산 곳곳에 감나무가 지천으로 널렸다>
지금은 저수지 주변이든 밭이든, 심지어 주변에 감 가로수길이 있을 정도로 재배가 확산되기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감을 따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종종 일어날 만큼 여전히 비탈지고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감나무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남아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감나무가 몇그루나 있는지 정확한 숫자는 동상면사람들 유승정 대표도 머리만 긁적긁적할 수 밖에. 또 약을 치고 비료를 주고 해서 모양 좋고 빛깔 좋은 감을 키우고도 싶지만 산속 깊이 자리한 감나무가 많다 보니 사실 무농약 친환경 재배를 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동상면사람들 유승정 대표>
동상지역 감은 고종시라고 부르는데 조선말 고종임금께 진상하여 씨가 없고 맛이 달다고 칭찬을 받은 데서 연유한 것이다.
고종시 나무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 심으면 씨가 생겨나는 등 고종시 특유의 성질을 잃어버려, 순수하게 동상지역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유기농 감으로 감식초와 곶감을 만들고, 잎으로는 감잎차를 만드는데 이용한다.
유리병에 담긴 감식초는 언뜻 보기에도 여느 감식초와 달리 아주 투명하고 고운 빛깔을 자랑한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기술이 녹아있겠지만 유대표에 따르면 숙성저장 기간과 온도, 방법, 용기 등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이 감식초라는 설명.
지난 2005년부터는 주변 산과 들에 개복숭아 나무를 줄기차게 심어나가고 있다. 여기서 나온 개복숭아로는 효소를 만든다. 동상면사람들의 개복숭아 효소는 유기농 개복숭아와 유기농 설탕으로만 제조하는 프리미엄 효소라고 할 수 있다.
개복숭아는 알려진 효능에 비해 그동안 과학적 근거 자료가 미비해 기능성식품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동상면사람들은 전북대병원 기능성식품 임상시험지원센터의 지원으로 개복숭아의 기본 특성, 식용 섭취 근거, 독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자료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식약청으로부터 식품원료로 인정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감식초와 개복숭아효소 분야에서 국내 최초 수식어를 달고 있는 동상면사람들이지만 아직도 스스로는 갈 길이 멀고 새로 도전할 일도 많다.
올해 7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동상면사람들은 처음으로 ‘아이스홍시’를 출시할 계획이다.
<곶감 말리는 장면과 아이스홍시>
지난해 가을 딴 고종시 4만개를 껍질을 깎은 채 그대로 영하 20도로 급속 냉동해놓은 지 이미 6개월 이상이 지났다. 상온에서 1~2시간 혹은 전자레인지에서 1분만 녹이면 천연 생과일 아이스크림이 돼 아이들이 좋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식초 음료도 개발 중으로, 개복숭아 효소와 감식초 등을 혼합해 산뜻하고도 몸에 좋은 느낌이 나는 음료수라는 것이 유대표의 귀띔이다.
감식초를 더욱 고품질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으로 와인 만들 때 사용하는 프랑스제 오크통을 수입해 저장, 숙성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이곳에 체험관광차 왔다가 호수와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동상면사람들에 너무나 반해 그냥 눌러앉아버렸다는 이광연 팀장의 말을 들으면서, 고종시와 맺은 연을 더욱 굵고 질기게 이어가고 있는 동상면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한 자연인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익산포항고속도로 소양IC에서 동상면으로 가는길의 감나무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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