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경기]
산머루가 파주로 간 까닭은? 파주 적성면 산머루농원
부산에 살고 계시는 어떤 분이 아들이 입대하면서 파주로 발령 나는 바람에 우리 아들 전방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을꼬 했다는데 서울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파주가 전방이었던가 하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파주는 서울사람 입장에서 보노라면 그렇게 먼거리가 아니다. 차로 불과 한시간 정도면 갈 수 있으니 거리상으로도 그렇고 특히나 교하니 운정이니 해서 신도시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수도권이라고 할만큼 친근하게 느껴질 터이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휴전선과 가까운 탓에 수많은 군부대와 보호시설, 그린벨트 등으로 해서 파주는 수도권이면서도 아직 대부분의 지역이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파주하면 언뜻 떠오르는 특산품이 있다. 바로 파주 장단콩이다. 매년 11월경에 축제를 열면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파주의 대표적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파주의 명품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산머루.
전국 최대의 머루산지로 성장
우리나라에서 머루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중반, 강원도 지역에서 처음으로 재배를 시작했으나 재배기술 미흡으로 잠시 중단되었다가 다시 경기도에서 재배기술에 성공해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금은 최대 산지인 전북을 비롯해 강원도, 경기도 등 전국 각지 약 2천헥타르의 면적에서 머루가 재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파주는 무주와 함께 전국 최대의 머루 산지로 꼽힌다.
파주가 이렇게 단기간에 전국 최대의 머루 생산지로 올라서게 된 데는 파주 산머루농원 영농조합 창업자 서우석 회장(한국산머루협회장)의 공이 크다. 서회장은 지난 79년, 예전부터 산머루가 자생하고 있던 감악산(해발 675m) 중턱에서 이 지역 처음으로 머루를 도입, 재배에 나섰고, 주변 농가에서 적극 합세하면서 지금은 적성면 50개 농가가 50헥타르의 재배면적을 확보하고 연간 생산량 300백톤이라는 대단위 머루산지로 발전했다.
머루와인에 머루비누까지
산머루농원은 머루즙을 짜는 데 머물지 않고 혼합음료, 머루와인을 비롯해 머루비누 등 각종 가공제품 개발에 노력해왔는데 이것이 수요를 촉진시키면서 이 지역의 머루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던 요인의 하나로 보인다.
현재 산머루농원의 주요 제품은 산머루즙, 산머루오가피즙과 같은 음료 외에도 머루와인, 머루꼬냑, 머루를 이용한 기능성 비누와 오일 등으로 다양화돼 있다.
산머루농원의 머루즙은 영양분이 보다 많이 함유된 씨와 껍질을 그대로 이용하며, 물이 일체 첨가되지 않은 순수 머루만으로 생산된다. 또 포도는 100도 이상의 고온 살균 처리하는데 반해 머루는 70~80도의 저온살균으로 영양분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장점이 있다. 머루는 병충해에 강해 무농약 재배가 가능하다. 친환경농산물인증은 필연.
산머루농원은 파주 산머루의 참맛을 알리겠다는 취지에서 지금도 머루쌀, 머루꿀차, 머루떡, 머루국수 등 다양한 관련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농원의 김광태 부장에 따르면 머루는 포도에 비해 알맹이가 잘지만 영양가가 더 높아서 음료 외에도 각종 가공식품과 건강식품 등 적용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산머루농원은 머루 수확철인 10월이 아니더라도 매주 말이면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산머루 와이너리 투어, 산머루농원 체험행사, 나만의 와인 담아가기 등 행사에 참석하러온 가족단위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바로 옆에는 임실치즈학교도 있어 연계코스로 둘러보는 사람도 많다. 연간 방문객만도 약 1만 5천명 안팎에 이른다.
와이너리 투어 인기
와이너리 투어는 와인가공공장과 와인숙성터널을 견학하고 머루즙과 머루와인, 꼬냑을 시음해 볼수 있다. 나만의 와인담아가기는 이에 더해 와인병에 직접 내 와인을 담아가는 이벤트다.
특히 산머루농원의 자랑으로 63미터에 달하는 지하 와인숙성터널은 인기가 만점이다. 여기 숙성창고에는 225리터 용량의 오크통 수백개가 머루와인의 참맛을 느껴볼 주인을 기다리며 저장돼 있다.
산머루축제도 기획
머루와인은 일본, 홍콩, 미국 등지에 수출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어 앞으로 수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지난 2010년에는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파주가 전국 최대의 머루산지로 각광받게 된 데는 산머루농원이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산머루농원은 올가을 목표로 산머루축제를 기획중이다. 임진강 유역의 대표적인 산물인 장어와 연계해서 장단콩축제처럼 파주의 대표적인 축제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장어와 복분자에서 복분자를 머루와인으로 대체하고 싶은 속내도 있다. 기분좋은 날, 소중한 날에 외산 포도주가 아닌 파주 머루와인을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게 아니라면 아예 주말에 가족과 함께 파주로 달려가 와이너리 투어를 하고 머루와인을 직접 병에 담아와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