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 프로필
1968년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한식당의 주방은 뜨거운 열기와
음식 냄새로 일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숙식이 해결되
고 월급도 주는 식당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40년 이
상을 조리사로 살아가면서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건
‘운명’이었다
는 생각이 든다.
군대 제대 후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번듯한 직장도 가
지면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하지만 조리사로서 좀 더 다양
한 경험을 하고자 1981년 국제종합건설의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
장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한창 재롱을 부릴 나이인 세 살된 딸과
아내를 서울에 남겨둔 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기회를 놓칠 수
는 없었다. 그곳에서 일반 조리사로 근무하던 중 나를 눈 여겨 본
현장 소장이 새로운 현장의 주방장으로 추천해 2년여를 더 근무했
다. 세계 무대에서 값진 경험을 했지만 서울에 있는 가족 생각에 손
가락의 상처는 늘 아물지 못했다.
귀국 후 호텔롯데에서 12년간 근무하다 정년퇴직해 현재는 아내
와 함께 경기도 수원에서 빈대떡집을 운영하고 있다.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여러 블로그나 카페에 맛집으로 소개되고 있으니
이것이 요즘 나의 기쁨이요, 행복이다. 더구나 딸과 사위가 내가 걸
어온 조리사의 길을 걷는 것을 보면 지나온 시간이 그리 헛되진 않
은 것 같다.
이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레시피가 넘쳐나 누구나 좋은 식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전문 조리인으로서 내
음식에 최선을 다하고 나만의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