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 프로필
내 앞에 두 장의 대입 원서가 놓여 있었다. 한 장은 호텔조리학
과, 그리고 다른 한 장은 전자공학과. 이 중 나는 전자공학과의 입
학 원서를 선택했다. 하지만 졸업 후 취업이 된 상황에서
‘과연 평
생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많은 고민
과 갈등 끝에 결국 조리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첫 수업에서 나
의 길을 확신하게 된, 지금도 잊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의
오감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건 세상에 오직 단 한 가지, 바
로
‘음식’뿐이다.
”
기대를 안고 뛰어든 주방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최고의
셰프’가 되고자 했던 나의 꿈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단조롭게 반복
되는 일상들로만 채워지면서 서서히 식어갔고 자신감도 상실했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열정 하나만으로 겉멋만 잔뜩 들어 있던 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이제는 값진 경험을 통해 막연히
‘최고의 셰프’가 아닌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최고가 되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
적인 사고를 통해 요리를 즐기면서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조
리사, 나만의 색깔을 가진 조리사가 되고 싶다. 끊임없는 연구와 많
은 책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었던 작은 꿈들이 어느덧 현실이 되
어 하나씩 하나씩 눈앞에 그려지고 있다.
앞으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채
찍질하며 한국 음식과 문화를 주도하고 싶다. 한식이 정체성을 잃
고 외면을 당하고 있는 요즘 한식 조리사들 스스로가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한식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물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