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 프로필
나는 생계를 위해 시작한 조리사라는 직업이 천직이 된 경우다.
1975년 무렵 광화문
‘광일회관’에서 일을 시작했다. 처음 한 일은 설
거지였다. 처음 시작할 때 월급이 8,000원이었다. 하루 13~14시간
일했고 한 달에 한 번 쉬었다. 심지어 3개월을 휴무 없이 일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요리사라는 직업을 좋게 평가하지 않
았다. 그 후 조리사로서 경력을 쌓다 보니 조금씩 근무시간은 줄고
휴무는 늘었다.
예나 지금이나 주방일은 힘들기 마련인데, 천직이라는 생각을
한 뒤로는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고된 주방 일을
견디고 오랜 시간 할 수 있게 한 힘, 천직으로 여기고 보람을 느끼
게 하는 힘은 바로
‘가족’이다.
돌이켜보니
‘벽제갈비’
시절, 육회(육사시미)를 만든 일화가 떠오
른다. 그때 지방에서 육회를 처음 접했는데, 당시 벽제갈비는 그 메
뉴를 도입하기 위해 기술을 전수받으려 했다. 그런데 수백만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기술을 전수받지 않고 육회를 만들어 냈다. 지금
도 나는
‘한 번 맛 보고 연구하면 메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부
심으로 산다.
나는 조언을 구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기초와 원칙을 지켜야 한
다’고 강조한다. 요즘 세대는 뭐든 빨리 결과를 얻길 바라지만 한 단
계 한 단계 원칙을 지키며 나아가야 원하는 목표도 이루고 경지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일 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주방에 있고 싶
다. 36년 넘게 주방일을 했는데, 지겹다거나 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걸 보면 나에게
‘조리사’라는 길은 천직이자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