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 프로필
멋진 경찰 제복에 반해 경찰이 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경찰 제복보다 더 멋진 한식 셰프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이제 한식
은 내 인생의 전문 분야가 됐다.
한식조리사로서 청와대 입성기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2010
년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가장 진보된 한식을 보여주기 위
해 한식뿐만 아니라 분야별 셰프들이 머리를 맞댔다. G20 마지막
날 갈라 디너에 오를 메뉴를 대통령께 직접 선보일 때는 참으로 설
레고 자랑스러운 한편 두렵기도 했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나라의
안방은 예상과 달리 화기애애함이 가득했다. 특히 최대 관심사였
던 주방은 더욱 활기차고 밝았다. 우리 호텔이 야심차게 준비한 음
식을 한입 든 대통령의
‘맛있네요’라는 첫 마디. 짧고 진솔하기 그지
없는 이 한마디만큼 가슴 뜨거워지는 말이 또 있을까.
제철의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기본에 충실한 조리법으로
만들어낸 한식만큼 완벽한 요리는 없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퓨
전 한식’이 유행인 요즘, 여러 식재료를 조합해 창의적인 요리를 만
들되 기본적인 조리법을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철칙이다.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등 각각의 조리법은 그 나라의 특성과 식재
료를 가장 잘 이해한 백과사전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항상 숨가쁜 생활을 하며 긍정적으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조금
의 여유를 찾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넋
놓고 바라보다 보석 같은 문화 충격으로 빚어진 자극을 한껏 담아
와 좀 더 창의적이고 실력 있는 셰프의 모습으로 거듭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