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 프로필
요리 인생을 살아온 지 어언 40여년이 지났다. 전라북도 장수의
산골마을에서 농사일에 지친 나는 집을 뛰쳐나와 친구와 함께 전
주의 큰 식당에 찾아갔다. 당시 기술도 경력도 없는 나에게 주어진
일은 그릇닦기가 고작이었고 이것이 내 요리 인생의 시작이었다.
2년여가 지났을까.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노동일, 전기 배선일 등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하다 나의 열정과 재능은 바로 한식 요리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진지하게 요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에는 요리를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나는 포기
하지 않고 낮에는 접시닦이로 일하고 밤에는 눈대중으로 배운 요
리를 연습하여 기술을 갈고 닦았다.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늦은 나이에 시작한 병역생활은 나
의 요리 실력을 펼치는 첫 무대가 되었다. 전역 후 나는 당시 특급호
텔이었던
‘앰배서더 호텔’
조리사로 스카우트되었고, 그곳에서 지
금의 아내 심옥순 여사를 만나게 되었다.
내 나이 36세에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는데, 종로구 익선동에
위치한 요리집
‘오진암’에서의 스카우트 제의였다. 당시 오진암은
정계ㆍ재계의 인사가 드나드는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집 중 하나였
고 많은 요리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후 서울 종로의
‘대원’
으로 이직한 이후에도 나는 22년의 긴 세월동안 제 자리를 지켜왔
고 내 요리를 발전시켜 왔다.
요리인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택한 것
이 보람차고 자랑스러우며, 내 일생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 중 하나
였다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