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 프로필
1964년. 16세 되던 해, 무작정 집을 나와 먹고 살기 위해 음식점
에서 숙식을 하며 일을 배웠다. 당시 피카디리 극장 뒤편에 위치한
설렁탕집에서 양파를 까고 그릇을 닦으며 1,000원의 월급으로 오
로지 살기 위해서만 몸부림쳤다.
설렁탕집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내던 어느 날 우연히 친구 소
개로 삼청동의 한정식 집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한정식 집에서
처음 마주한 요리들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화
사한 색과 모양이 눈을 매료시켰고, 덩달아 음식에 대한 열정도 달
아올랐다.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을 무렵, 나는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독일무역회사 내에 있는 3305.8㎡(1,000여평) 규모의 한국 음
식점에서 조리 담당자를 선발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 것. 유명호
텔 조리장 7~8명과 함께 새우튀김, 갈비찜 등 3가지 주제로 치열한
요리 경합이 펼쳐졌다. 결과는 압승이었다. 나는 곧바로 독일 프랑
크푸르트로 날아가 전통한정식당
‘한국관’에서 하루 500~600여명
의 고객을 맞이하며 우리나라 음식의 진수를 세계인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 후 기나긴 타향살이를 접고 다시 국내로 돌아온 나는 한식조
리인의 위상 제고와 후배 양성에 앞장서 왔다.
요즘 나는 화두로 떠오른
‘한식 세계화’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한식세계화 추진 사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
되고 있지만, 결국 조리인들의 꾸준한 연구개발과 각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한식 세계화는 불가능할 것이라 여긴다. 한국
음식 조리인들의 지속적인 정보공유와 연구개발, 그리고 더 많은
시도가 뒷받침될 때 한식의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