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 프로필
누구나 살기 힘든 시절이었다. 1984년 고등학교 졸업 후 집안 사
정이 좋지 않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방황하던 중 친한 친구가 한
식 자격증을 따서 외국에 취업할 것을 권유했다. 당시는 한국의 건
설 회사들이 중동지역의 건설 현장에 한창 뛰어들던 시기여서 한
식당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 길로 학원을 다니며 주경야독으
로 공부를 해 한식조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비록 외국엔 가지
못했지만 상경해 1986년 워커힐 호텔 명월관에서 처음 한식 조리인
의 길로 접어들었다.
칼질도 못하던 어린 시절, 선배들로부터 많은 질타와 꾸중을 들
으면서도 요리를 배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연습을 거듭했다. 12시
간의 긴 근무시간은 혹독하기 그지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
때그때 배운 것들은 메모를 하고 집에 돌아가 다시 한 번 정리를 하
며 머릿속에 하나씩 채워 나갔다. 선배님들의 조언과 노하우는 내
가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지금은 외국에서 온
VIP 손님들이 내가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며 칭찬과
격려를 해 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한식의 미래는 후배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비록 근무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남보다
더 노력한다면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 믿는다. 조리사로서
성공을 하려면 메모는 필수다. 당장 들으면 다 기억할 것 같아도 머
릿속에 모두 기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앞으로 끈기로 똘똘 뭉친
조리사들이 단결된 모습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한식 메뉴를 개발해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