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 프로필
대학 생활은 내가 교직에 몸담을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기회였다.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학을 들어가 신바람나는 생활을 했다. 그러나 막상 졸업이 다가오자 원하던 일은 멀어지고 있고, 앞날에 대한 고민으로 혼란스러웠다. 졸업 후 단지 요리가 좋아 호텔에 입사했는데 1980년대 초기만 하더라도 ‘요리사’라는 직업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태였다. 더욱이 과년한 딸을 대학을 보냈는데, 그것도 여자가 호텔에 취업한다니 당연히 부모님의 반대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호텔에서는 대선배들의 혹독한 훈련과 가르침으로 기초를 착실히 쌓으면서 조리 업무에 임할 수 있었다. 당시 호텔요리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나는 쟁쟁한 요리사들과 근무를 했는데, 그들에 비하면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 내가 언제 지쳐서 그만둘지를
기다리는 듯(?) 날마다 테스트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한번은 날 골탕먹이기 위해 발효시킨 겨자가 상했다고 냄새를 맡아 보라 하여 눈물콧물 범벅이 된 기억도 있다. 짓궂은 놀림을 받았지만, 오히려 그 놀림을 내심 즐기지 않았나 싶다. 그 후 20여년의 호텔 생활을 마치고 1999년 지금의 을지대학교 전신인 서울 보건대학에 오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 학생들이 어깨 너머로 선배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몰래 배우는 것이 아니
라 표준화된 방법으로 단 1학기만 잘 들어도 눈감고 요리할 수 있을 정도로 맛의 도사가
돼 오히려 부모님을 가르쳐 드린다는 반가운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앞으로 한국 요리
는 대강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표준화된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줘야 한다. 이제 젊은 친구들에게 더 이상 국내가 아닌, 세계 무대로 진출할
것을 역설하면서 한국 음식 세계화를 위한 맛의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