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지식ㆍ칼럼 창업을 위한 첫걸음

새누리당 국회의원 길정우

[2015-03-20 오후 6:38:00]

[대한민국한식협회 칼럼]한식의 장래

한식: 새로운 지평을 찾아서

 한국음식(한식)의 미래는 있는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바람이 우리 한식의 장래에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가. 한식업계에 종사하고 또 한식을 조리하는 많은 이들이 그 답을 찾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 시원한 답을 주고 있지는 못하다. 왜 그럴까.


 우리에게, 우리 소비자들에게 한식은 늘 곁을 지켜왔지만 일상생활에 너무도 익숙한 한식은 그저 시장에 넘치는 외식과 패스트푸드에 서서히 밀려나며 제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리에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우리의 음식이 바쁜 생활 탓에 제대로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자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양한 서양식의 빠른 침투 탓에 한식 조리에 종사할 전문인력의 일자리 역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과거와 달리 고등학교 수준에서 전문 조리인 양성학교가 늘고는 있지만 전공으로 한식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통계는 없다. 조리인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한식은 그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어느 선진국의 경우에도 자신들의 고유한 음식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지 않는 나라는 없다. 프랑스, 이태리, 중국, 일본 등에서 보듯 음식은 그 나라의 가장 상징적인 문화 중 하나이다. 세계음식에서 제 몫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예외 없이 자국 음식의 역사를 정리하고 조리인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음식과 음식문화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알리고 전파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들 나라에선 자국민들의 자국음식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상당하고 일반국민들 조차 자국 음식에 대한 지식과 스토리텔링 훈련이 일상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왜 한식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보다는 과연 우리가 한식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해 왔는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세계 곳곳에서 한식당을 볼 수 있고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최근 수 주간 빌보드 차트 최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한류의 바람을 실감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한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한식에 대한 소비층을 국내외에서 확대하고 수요에 따른 한식 업장이 증가하며 이를 충당하기 위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한식 조리인을 지속적으로 키워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한류의 바람이 얼마나 계속될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역사와 전통에 기초한 한식의 장래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세계음식의 하나로서 자랑스럽게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 품질이 보장된 신선한 식재료, 다양한 방식으로 저장된 발효음식, 전문 조리인의 요리, 음식과 어울리는 식기, 국제적 기준에 걸맞은 음식 서비스, 훈련된 스태프들의 설명이 추가된 음식 스토리텔링 등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한식은 세계적 음식으로 존경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노력과 작업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은 정부와 민간단체들 그리고 소비자들 모두가 동참할 때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식 자체의 발전 못지않게 한식을 하나의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며 또한 실천해야 한식도 제자리를 찾아 스스로의 진화가 가능한 음식문화로 자리매김이 가능해 진다. 이제까지 식품위생에 초점을 맞춘 후진적인 규제에서 탈피하고 번듯한 미래성장 산업으로서 후원과 지원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때 한식은 비로소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이제까지의 외식관련 법안들은 대부분 경제논리의 잣대로만 외식업계에 접근해 왔으며 그나마 한식에 초점을 맞춘 지원법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 또한 개선되어야 한식의 미래가 있다.


 세계 속의 어느 음식도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 소비자들의 애정과 사랑 없이 그 자리를 차지한 예는 없다. 이제 한식도 건강식, 미래의 음식, 창의적인 음식, 다양한 색이 어우러지는 미의 음식으로서 차별화된 특징을 극대화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적으로 대변해 주는 문화로 존경받을 때가 되었다. 프랑스나 이태리에서와 마찬가지로 한식분야를 대변하는 명장과 명인제도를 정비하고 조리 분야 또한 세부적으로 구분하여 구체적인 분야별로 전문 조리인력을 양성하여야 한다. 앞으로 조리인들이 사회에서 존경받고 전망 있는 직업과 직종으로 대접받는 인식의 전환도 있어야 한다. 이 모두가 지속가능한 한식의 장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다.


 유명 호텔에 한식 전문식당이 없는 불편하고 창피한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식을 처음부터 새롭게 정비하고 일으키는 중장기적인 작업에 나서야 한다. 진작 시작했어야 마땅한 숙제들을 이제라도 하나둘씩 풀어가는 노력에 많은 이들이 동참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꿈꾼다. 한국을 방문하는 수 없이 많은 외국 주요 인사들을 자신 있게 대접할 수 있는 한식당들이 늘어나고, 외국의 주요 도시 어디를 방문하더라도 한국에선 오히려 맛보기 힘든 한식을 호기심을 갖고 즐길 수 있는 한식당들을 만날 수 있는 날들을... 그리고 기대한다. 그 식당에서 한식을 조리하는 훌륭한 조리인들을 만나 그들이 직접 해주는 음식에 대한 스토리를 듣게 될 날들을. 




길정우(새누리당 국회의원)